조은글
깨달음은 없다
返初
2016. 10. 20. 20:46
진정한 깨달음이란 근본에 있어서 시대와의 불화(不和)이어야 하리라. 사건과 같은 충격 그리고 충격 이후에 비로소 돌출하는 뒷일이 깨달음의 본 모습이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마침 다람살라에서 돌아온 현기스님의 전화가 왔다.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너무나 간단했다. "깨달음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것은 깨달음 마저도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는 불화와 긴장 그 자체가 지혜인지도 모른다. 용과 고래의 한판 쟁투가 우리 시대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혜의 현실적 모습인지도 모른다.
-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