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자신을 두려워 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返初 2015. 12. 18. 19:40

 '나'를 잃고 살아가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동안 잃어온 삶을 돌아보고 그 삶을 다시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거를 불러와야 할까?

생각해보고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을 지나쳐온 무심했던 나날에서 축적해온 어리석음의 무게

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자신을 두려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날들이 많았을 것이며 그러므로 나의 숙성되지 못한 날 것의 마음으로 인해 나와 관계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를 이루는 개성과 나를 표현하는 그 마음들의 가벼움, 그 존재의 가벼움이 지속될 때 나는 위태로워진다. 그러나 나의 존재가 가벼울 때는 이미 위태롭다는 것 또한 자각을 하지 못할터. 그러므로 그 가벼움의 반복은 관계 또한 가볍게 만든다.

 새 학기가 시작했을 때, 나는 나름 존재의 무거움을 유지 했지만 바쁨의 연속이라는 공부의 일상 속에서 그 무거움을 자연스레 잃게 되었다. 그렇다고 학기 초에 내가 무거움을 유지했다고 해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꾸준히 유지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무거움이라는 것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순간 순간에 깨어있기를 노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내 마음의 든든한 기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다시 무섭도록 중생심이 회귀하여 본래의 가벼움이 돌아왔다. 자신이 살아온 대로 편안한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드는 생각대로 마음껏 방출하는 가벼움으로.

 존재의 가벼움은 곧 나를 가볍게 만든다. 가벼움에서 파생되는 소통은 또한 소통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 순간은 가벼운 유희일 뿐이다. 그러면 나의 또 다른 마음은 이렇게 외친다. 항상 무거움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순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한다. 그러나 가벼움 만을 위한 가벼움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과정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가벼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거운 존재감을 간직하고 그 무거움을 자각한 채로 깨어있을 때만이 가벼움에도 진실함이 담길 수 있을 터. 그래야 관계에서의 소통이 그 자체로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각하려는 노력도 무거움을 지향하기 위한 의지로도 나를 추동 하는 가벼운 의지의 욕망에서 바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차이의 반복만 있을 뿐. 끊임없이 돌고 도는 나의 앞날이 벌써 부터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