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글

사랑은 자유를 지켜주는 것

返初 2015. 5. 11. 20:07

인간은 스스로가 굉장히 당당하고 자유로워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어요. 자유롭다는 것은 자기가 스스로의 주인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자유로운 사람만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고 자기를 사랑할 수 있어요. 내가 내 삶의 주인이어야지, 자유로워야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요. 스스로 자유로워야 자기를 긍정할 수 있고,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어요. 자유와 사랑은 결과적으로 같이 가는 거예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에요. '왜 살아?'하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힘들어요. 그런데 '왜 자살하지 않니?' 이렇게 물어보면 핵심에 가까워져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거나 내가 사랑하는 게 있어서 우리는 안 죽어요. 우리 인간은 그런 존재거든요. 집에 진짜 사랑하는 금붕어가 있는데, 밥 줄 때 됐는데 어떻게 옥상에서 뛰어내려요? 못 뛰어내려요. 진짜 사랑하는 것도 없고 사랑받는 것도 없을 때라도 직장 상사가 한 마디만 하면 돼요. "오늘 예쁜 걸." 그럼 옥상에 안 가요. 


제도를 생각한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두 사람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해요. 사랑의 원리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건데, 지금 행복하려고 해야 하는 건데. 저는 그렇게 사랑했으면 좋겠는데 옛날에 사귀었던 애인은 "이제 우리 어떻게 하지?" 자꾸 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지금 행복한데, 같이 있을 수도 있고. 어떻게 하냐는 얘기를 들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얘가 사랑을 배신하는구나. 성숙한 게 아니에요. 사랑을 배신하고 생활로 끌고 내려오려고 하는 거죠. 아이들이 젊어서 그래요. 아니, 약해서.


사랑은 힘든 거예요. 사랑은 이별을 감당하면서 시작하는 거예요. 언젠가는 헤어진다고요. 한 사람이 나이 들어 먼저 죽든지, 떠나든지 결국 다 헤어져요. 그것까지 생각하고 사랑하는 거예요. 헤어짐을 각오할 때 사랑하는 거예요. 사랑하려면 쉰 살 정도는 돼야 하는데, 그 때 되면 힘이 빠져서.....


지금 내가 저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고 있나, 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나한테 행복이다, 이런 것에만 최선을 다해 집중하면 된다고요. 사랑하는 사람의 표어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인데, 자꾸 내일이 떠올라요. '이제 어떻게 하지? 우리 뭐하지?' 뭘 바라는 거예요? 계속 사랑하면 되지.


동거라는 것을 결혼의 미숙한 형태로 생각하는데, 제가 말한 동거는 같이 있는 거예요. 같이 잠자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음악 듣고. 사랑하면 같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오늘은 저쪽 집에 가고, 내일은 이쪽 집에서 같이 있고.
제 얘기가 그거예요. 같이 있으라는 거죠. 별것 아니에요. 동거라고 해서 꼭 둘이 같이 살라는 게 아니라 따로 집 얻어서 '오늘 혼자 있고 싶으니 오지 마' 이래도 되는 거예요.


-강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