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스님의 처방에 대한 의문

返初 2015. 11. 20. 11:42

아버지의 성폭행, 법륜 스님의 처방은?

[휴심정] 법륜 스님의 쾌도 상담
“내 몸 더러워졌다는 생각은 망상이고 악몽…행복해지는 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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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데, 제 우울증의 근본에는 가족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저를 성폭행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때문에 집안엔 부부싸움이 잦았습니다. 어릴 땐 아버지만 미웠는데 아버지를 괴롭게 만든 게 어머니란 생각이 들면서 작년부터는 어머니도 미워졌고, 7년 만에 아버지를 만났을 때 증오심과 불쌍하다는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결혼을 하고 싶은 데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상대방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고 남자를 사귀기도 어렵습니다.

= 어떤 사람이 나를 납치해서 강제로 마약주사를 놨다고 합시다. 마약에 취해 있다가 정신이 들면 탈출을 시도했고, 실패하면 다시 마약을 맞는 일이 되풀이 됐습니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고통을 겪다가 경찰 단속으로 거기서 풀려나게 됐습니다. 이제 나는 마약을 안 맞아도 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스스로 마약을 찾아서 맞습니다. 마약을 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가족과 경찰이 말리는 데도 숨어서 마약을 합니다. 누가 나에게 왜 마약을 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강제로 나를 마약 중독자로 만들었으니 내 책임이 아니라 그들 책임이라고 하겠습니까.

처음에는 분명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괴로워하는 것이 습관이 돼서 아무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는데도 나 혼자서 괴로워하고 있는 겁니다. 원인이 어디서 어떻게 생겼든 지금 마약을 하는 이 습관은 나의 습관이고 내가 이것을 멈춰야 내 인생이 좋아집니다. 나를 납치해서 마약을 주사한 그 사람이 나한테 잘못했다고 빌어야 마약을 끊을 겁니까? 아버지가 개과천선해서 나한테 잘못했다고 빌어야 내가 이 고통에서 벗어날 겁니까? 아버지로부터 내 고통이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고통은 내 것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괴로움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나 책임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그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길을 찾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설령 성폭행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 것은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딸을 폭행한 아버지에게 어떻게 감사하라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록 내 고통은 점점 깊어집니다.

‘아버지가 나를 성추행했다’는 생각도 사실은 하나의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내 손을 잡았던 그 순간에 그는 내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한 남자였을 뿐입니다.

그러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매일매일 어머니한테 108배, 아버지한테 108배, 오직 감사하다는 기도만 하세요.

물론 그의 행위가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좋을까요. 제법(諸法)이 공(空)하다고 했습니다. 이 몸도 공한 것입니다. 부처님이 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를 껴안아준다고 해서 이 몸이 성스러워질 수 없고, 낯선 남자가 와서 나를 껴안고 성추행을 했다고 해서 이 몸이 더러워질 수 없습니다. 이 몸은 더럽히려고 해도 더러워질 수 없고 성스럽게 하려고 해도 성스러워질 수 없습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그 생각이 나를 더러움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를 껴안았을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사랑을 받았다고 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면 성추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성추행을 당했는지 사랑을 받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 자신입니다. 이 도리를 깨쳐 버리면 어릴 때 상처를 담박에 벗어날 수 있고 이 도리를 못 깨치면 죽을 때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내 몸이 더러워졌다는 생각은 망상이고 악몽입니다. 질문자한테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결혼할 상대방한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처님 저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저의 몸과 마음은 깨끗하고 청정합니다.’ 아침마다 이렇게 108배를 하면서 기도하세요.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고 상처를 치유하고 나서 결혼을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무조건적으로 감사하라라는 법륜스님의 말씀은 외려 내담자분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담자분은 아직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던 고통의 기억 속에서 하루하루를 약을 먹고 버티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뜬금없이 '감사하라'라는 말씀이 과연 내담자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듭니다. 만약에 저라면 내담자분이 받은 상처를 최대한 깊이 들어주고 공감하려 애썼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나서도 안 될일이기 때문에 단호하게 그 행동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도 스님처럼 무조건적인 감사하라까지는 아니지만 아버지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부분을 좀더 말씀드렸을 것 같아요. 이미 딸에게 그러한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식에 대한 '사랑'에서 벗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정신적으로 지각할 수 없는 비정상인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른 아버지는 예전에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와 다른 분이고 해서는 안될 일을 분간하지 못하는 병든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근본적 약자가 아닐까 하는 의문점을 먼저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 행동으로 인해 딸이 고통스러워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아버지에 대해서도 측은한 마음을 내보기 위한 노력이 조금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내담자에게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스님이 말씀하시는 무상에 근거한 자비와 사랑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바이나 씻기지 않은 상처에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에게 무조건적으로 108배를 통한 감사하는 마음을 내라, 돈오적으로 해결하라는 방법보다는 깊이 파인 상처가 서서히 회복될 수 있도록 내담자분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상처를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분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를 권장해드렸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