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9. 19:04

격몽요결 - 이이지음, 김학주 옮김

 이 세상은 공부한 사람들이 나서서 올바로 다스려야 한다. 옛날이라면 선비들이 나가서 임금을 위해 벼슬살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는 공부는 실제로 벼슬하는 일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리고 중국에서 수나라, 당나라, 때부터 과거 시험을 보아 인재를 뽑아 쓰는 제도를 시행한 것을 본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에서 시작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과거를 통해 벼슬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과거는 여러 가지로 시험을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시된 것이 경전(經傳)에 대한 이해보다도 시(時) · 부(賦)를 짓는 능력이었다. 그러기에 성인이 되기 위한 공부는 실상 과거를 보아 벼슬을 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성인이 되기 위한 공부와 과거에 급제하기 위해 하는 공부는 내용이나 성질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러기에 제10장 「사회생활 하는 법(處世)」의 첫머리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옛날의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혀 벼슬하려고 하는 일이 없었다. 학문이 이룩되면 바로 위에 있는 사람이 들어서 그를 썼던 것이다. 벼슬을 하는 것은 남을 위해서이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곧 본시 선비들은 벼슬하기 위해 공부하지 않았고, 공부를 많이 하여 학문이 이룩되면 위에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도 그를 뽑아 벼슬자리에 앉혔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율곡 선생은 그 달라진 실상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 세상은 과거를 보아서 사람을 뽑아 쓴다. 비록 하늘의 이치를 꿰뚫는 학식이 있고 남들보다 매우 뛰어난 행실이 있다 하더라도 과거가 아니라면 올바른 도를 실행할 자리로 나아갈 길이 없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그의 아들을 가르치고 형이 그의 아우를 힘쓰도록 함에 있어서 과거를 빼놓고는 전혀 다른 재주가 없다. 선비들이 그런 것이 습성이 되어 구차하게 벼슬자리를 얻으려 하는것도 이 때문이다." 곧 지금 와서는 과거를 보지 않고 벼슬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진짜 공부와 과거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집안이 번성하고 개인도 높은 자리에 앉아 잘 먹고 살아야 하므로 그의 아버지나 형들까지 나서서 과거 공부를 시키고 있다. 그 때문에 "선비들이 그런 것이 습성이 되어 구차하게 벼슬자리를 얻으려"고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곧 선비들 중에는 올바른 공부는 하지 않고 과거 준비나 하여 벼슬을 해가지고 출세나 하여 잘 먹고 살려는 구차한 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율곡 선생은 과거시험 준비와 진짜 공부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공부는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실정인데, 과거를 보는 일은 비록 성리학(性理學)과 같은 공부는 아니지만 역시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짓는 것이다." 선생은 이 두 가지 일은 같은 성질의 것임을 설명하고 나서,  지금 사람들이 이 두 가지 공부를 함께 잘 하지 못하는 까닭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다만 과거를 보려고 하는 사람은 흔히 이로운 일과 해가 되는 일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마음이 언제나 남과 겨루느라고 조급하여 오히려 노동을 하여 마음가짐을 해치지 않는 것만 못한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현명한 분이 말씀하시기를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직 뜻을 빼앗기게 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만약 그의 일을 잘 하면서도 그의 뜻을 잃지 않는다면 곧 과거를 보는 일과 성리학 공부를 어긋나지 않게 아울러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곧 그의 뜻만 잃지 않는다면 과거를 보아 벼슬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올바른 공부, 곧 성리학에 관한 공부도 계속하여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성리학자들의 학문 목표를 잘 표현한 말로 장재(張載)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하늘과 땅을 위해 뜻을 세우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도를 세우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도를 세우고, 옛날의 성인들을 위해 도통이 끊어진 학문을 계승하고, 영원히 이 세상을 위해 태평시대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