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3. 14:00

딴지라디오 벙커1 특강 - 최진석 교수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키에르케고르 같은 실존철학자들은 인간이 자기 자신이기를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했을 때만 자기 자신이 된다고 충고한다. 결단이 이루어지려면 매순간 자신의 생각, 욕구, 감정이나 행위에서 자기를 의식해야 한다. 스스로를 자신이 마땅히 되어야 할 존재로서 규정한다는 것은 매순간 자신이기를 결단한다는 말이다. 그냥 나여서 내가 아니라 내가 되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나는 부정해야 할 짐이 아니며, 앞으로 달라져야 할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이 시대에는 누구나 혼자고 누구나 외롭다. 어쩌면 이 고립감을 이겨내기 위해 너에게 투자하고 전념하고 몰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가 나에게 붙들려 있는한 타인에 대한 관심은 점점 추상화되거나 사라지며, 나도 나 자신과 화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를 자꾸 내 삶의 주인공으로 올리려 할수록 나는 외로워지고 고립된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만큼 타인도 나에게 무관심한 건 당연한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쟁사회가 심어 준 피해의식에, 자기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자본의 기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나는 여전히 나를 붙들고 있다. 여전히 핑계를 대고 변명을 하며, 내 상처를 들여다보느라 다른 사람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오직 나를 사랑하기 위해 누군가를 내 삶에 끌어들이는 식의 이기적 사랑 앞에서, 여전히 나에게 헌신할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