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12. 17:39

장일순 선생님과 소매치기 당한 할머니의 일화

어느 날 한 시골 아낙네가 장일순을 찾아와 딸 혼수 비용으로 모아둔 돈을 기차 안에서 몽땅 소매치기 당했다며, 그 돈을 찾아달라고 장일순에게 매달렸다.

장일순은 그 아주머니를 돌려보내고 원주역으로 갔다. 가서 원주역 앞 노점에서 소주를 시켜놓고 앉아 노점상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러기를 사나흘 하자 원주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소매치기들을 죄다 알 수 있었고, 마침내는 그 시골 아주머니 돈을 훔친 작자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장일순은 그를 달래서 남아 있는 돈을 받아냈다. 거기에 자기 돈을 합쳐서 아주머니에게 돌려줬다. 그렇게 일을 마무리 지은 뒤로도 장일순은 가끔 원주역에 갔는데, 그것은 그 소매치기에게 밥과 술을 사기 위함이었다. 그때 장일순은 소매치기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미안하네. 내가 자네 영업을 방해했어. 이것은 내가 그일에 대해 사과를 하는 밥과 술이라네. 한 잔 받으시고, 용서하시라고."

앞으로 소매치기 같은 것 하지 말라든가 나무라는 말 같은 것은 일절하지 않았다.

- <무위당 장일순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 오마이뉴스, 김삼웅

2018. 1. 22. 13:57

최고의 스승

‘내가 도움을 주었거나 크게 기대하는 사람이 나를 심하게 해치더라도 그를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게 하소서.’

- 달라이라마

2018. 1. 22. 11:37

예술가의 길

 "예술가란 자기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발전시켜 가며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 위해 부단한 수련을 계속해야 하므로 그 과정을 통해 예술로서 결국 인간화에 기여하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 에릭호퍼,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인간은 스스로 배워야만 한다!" 어떻게 그는 미국이 유일하게 자랑하는 철학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이서영 칼럼리스트, 「브레이크 뉴스」.


2017. 11. 11. 15:07

진정한 사랑인지를 알아보는 법

모든 연애의 초반에는 열정과 환상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진정한 사랑만이 살아남는다. 당신을 사로잡는 감정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그 연애에 필리아(사랑과 우정)와 동일한 표식이 있는지 살펴보라.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쾌감 말고도, 그 사람 본연의 진실한 모습을 대할 때 내가 마음에서 깨어나는 기쁨이 있는가? 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고, 그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 사람이 온전히 자기답게 살기를 바라는가?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상대가 마음껏 숨 쉬게 해주는 것이다. 살아은 상대를 독점하거나 나 없이는 못 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오히려 그 사람의 자율을 바란다. 질투, 소유욕, 상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관계에 기생할 뿐 아니라 아예 관계 자체를 잡아먹는다. 진정한 사랑은 불잡지 않고 되레 놓아준다. 진정한 사랑은 타자를 압박하지 않고 더 편히 쉼 쉬게 해준다. 진정한 사랑은 타자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기를 자유로이 내준다. 진정한 사랑은 타자의 현존을 추구하지만 고독한 시간, 그 사람과 따로 보내는 시간도 사랑한다. 그런 시간이 있기에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더 감미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휴심정」


<철학, 기쁨을 길들이다>(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이세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2017. 10. 23. 14:31

철학을 심고 삶을 일군다…욕심 버리고 생명 키운다 …속도 줄이고 느리게 걷자

세상에서, 혹은 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먹는 것을 먹고, 가장 가난한 사람이 사는 집에서 살아도 좋다고 여기는 자리까지 가면 좋다. 그것이 편하고 미래도 밝다. 환경과 나는 하나다. 다른 방식으로 말하면 나와 나 아닌 것은 하나다. 나는 나 아닌 것이 있어서 산다. 나 아닌 것에 잘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해야 한다. 남에게 욕을 하면 금방 욕이 내게로 돌아오는 것처럼 공기와 물, 땅에서도 같다. 돌아온다. 반드시 돌아온다. 소나 닭이나 돼지도 같다. 모든 것이 그렇다.


남들보다 빠르고, 남들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까지도 착취하며 살아왔다. 뒤돌아보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더 성숙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고, 때로는 나 자신이 ‘조숙함’을 넘어 ‘웃자라 버린’ 느낌에 쓸쓸해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성장 신화의 내면화’였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오래 피어나는 꽃이 되고 싶었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존재의 모습이 아니라 인공의 신화였다. 그렇게 빨리, 많이, 오래 피는 꽃은 생화가 아니라 조화인 것이다. 내 방 안에 조금 일찍 도착한 가을 소식, 이 햇밤 삼형제를 당분간 먹지 않아야겠다. 이 눈부신 가을의 징표로, 그리고 ‘지구학교’를 다녀온 ‘미숙한 청강생’의 마음으로 간절한 바람을 실어 보낸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기를. 우리가 자연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이 순간이 ‘지구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학교’에 입학하기에 너무 늦지 않은 순간이기를.


최성현 작가 인터뷰, 글쓴이 작가 정여울, 서울신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1&aid=0002754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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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5. 19:01

불교 - 알기 쉬운 '오온'개념 풀이

 오온(五蘊)의 분류 방식은, 서구의 근대적 인식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고 분류하는 방식은 서구의 것이며, 인도어가 유럽의 언어와 같은 계열임을 고려할 때, 기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대 한국어는 산스크리트어와 가깝다. 적어도 한문보다는 그렇다. 이 말에 동의하실지 모르겠다. 고개를 갸우뚱거리실 분들이 많겠는데, 실례로 색수상행식을 ‘한문’ 옥편식으로 읽기보다, 영어 번역으로 읽는 것이 훨씬 선명하고 오해가 적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한문으로 수(受)라니? ‘받아들인다’는 동사인데, 이게 무슨 말이지? 상(想)은 ‘상상한다, 연상한다, 떠올린다’는 뜻이고… 행(行)은 ‘간다, 행동한다’인데, 이게 어떻게 심리적 용어가 될 수 있지? 옳지 식(識)은 좀 낫군… ‘의식’이겠으니… 넷 가운데 오해가 가장 적네… 이 곤혹 앞에서 옥편을 끌어안고 끙끙대는 대신, 영어책을 들추어보라. 거기 수(受=feeling 느낌), 상(想=perception 지각), 행(行=impulse, emotion 충동 혹은 정동), 식(識=consciousness 의식)이라고 적혀 있다. 시쳇말로 감이 팍팍 오지 않는가. 앞으로는 영어로 불교를 공부해야 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 한형조, 「대한불교진흥원」 칼럼 발췌.

2017. 9. 13. 22:23

사회변혁의 본질적 문제

어느 기자로부터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자본론』資本論과 『논어』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자가 매우 의아해했어요. 이 두 책이 너무 이질적인 책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두 책은 다 같이 사회 관계를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동질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급 관계는 생산관계이기 이전에 인간관계입니다. 자본 제도의 핵심은 위계적인 노동 분업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자에 대한 지배 체제가 자본 제도의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론은 물론 변혁 이론의 일환으로 제기된 것이지만 생산자에 대한 지배 권력이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에 의하여 행해지든, 사회주의 사회의 당 관료에 의해 행해지든 본질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제도의 핵심 개념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사실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간관계에 관한 담론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사회 변혁의 문제를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재편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정치 혁명 또는 경제 혁명이나 제도 혁명 같은 단기적이고 선형적線型的인 방법론을 반성하고 불가역적不可逆的 구조 변혁의 과제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 <강의>, [4. 논어 인간관계의 보고, 더불어 숲에서 발췌].


2017. 6. 19. 00:05

깨달음의 조건

인간은 이 선근이 커야 업을 태우는 불을 크게 일으킬 수 있어 이생에서 모든 업

을 완전히 불살라버리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생에서 완전한 깨달음

을 얻고자 하는 자는 세상을 모두 안을 수 있는 큰 사랑과 하늘이 무너져도 꺾이

지 않은 용기와 땅이 꺼져도 흔들리지 않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사랑과 용기와 양심이 없다면 그러한 근기를 얻을 때까지 더 많은 생을

돌면서 공덕을 쌓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 공덕이 완성되는 생에서 인간완성의 열

매인 해탈을 얻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이 수많은 생을 통해 공덕을 쌓은 것은 바

로 이러한 선근을 쌓아나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생에 나셔서 그동안 쌓인 큰 근본으로 마지막 남은 업을 불살라버리고

마침내 완전한 해탈을 얻으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욕심낼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러한 근본이 없음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과수나무도 비바람을 맞고 거

친 태양을 받으면서 자신을 키우면 때가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니 인간완성의 여정도 선업의 고리를 돌며 열심히 공덕을 쌓다보

면 깨달음을 얻고자 의지하지 않아도 저절로 해탈의 열매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은 달리 표현하면 선근을 키우는 과정이다. 모든 부처님이 공

통적으로 말씀하듯이 모든 좋은 일은 받들어 행하고 모든 나쁜 일은 경계하여 멀

리하면 그 근본이 커져 언젠가는 완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 거짓을 버

리고 진실해져야 한다. 진실해야 하는 이유는 마음에 모든 가식과 거짓과 어둠이

사라져 실상과 하나 되어야만 모든 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진실의 근원」 - 허해구님



2017. 5. 22. 22:09

무섭고 어리석은 일은 자신을 버린다는 것

"세상을 보지 못하는 자가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말에 빠져참된 자기마저 버리고 공에 빠져 버리면 부처를 이룰 선업의 종자도 사라지고 만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 「진실의 근원」허해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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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10. 21:39

철학자 미셸 옹프레의 위험한 사상

자유의지는 한낱 “허구”, 즉 “우리를 예정해놓은 결정론에 대한 무지를 감추려는 꾸며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섹스, 피, 죽음, 어떤 동물도 이것들을 벗어날 수 없다.” 스스로를 자율적인 존재라고 믿고, 수많은 선택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그저 “복종”할 뿐이다. 예를 들어 “인간이 살충제를 뿌릴 때에도 (…) 자연의 계획을 펼쳐 보여주는 데 만족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차적이고, 본질적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되는 인간의 본성이 있을 것이다. 그 프로그램은 “종(種)의 이익을 위해 개체들을 필요로 한다. 개체들은 종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자기들 스스로 그것을 원하는 것이라 믿지만 사실은 프로그램이 그들을 필요로할 뿐이다.” 선과 악을 넘어선 ‘1차 동력’은 바로 순수한 존재의지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7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사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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