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11. 22:34

그람시의 통찰과 정신

 감옥에서의 투쟁


 "우리는 이 자의 두뇌가 작동하는 것을 20년 동안 중지시켜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며칠 뒤인 6월 4일 판사는 그람시에게 파시스트 정권은 20년 4개월 5일형을 선고했다. 

 장기간의 감옥 생활은 원래 병약했던 그람시의 건강을 심각하게 악화시켰다. 이빨은 뽑혀 나왔고, 위장은 상해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으며, 고질적인 불면증은 더욱 악화되어 하루에 한두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이 계속 되었다. 그는 경련을 하면서 피를 토해야 했고, 극심한 두통으로 감방의 벽에 머리를 찧고는 했다. [옥중수고]는 그러한 고통 속에서 필사적으로 써내려간 그의 의지의 결정체이다. 또한 그는 틈나는 대로 줄리아와 두 아들 둘째 아들은 그가 구속된 후에 태어났으며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람시의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이 전개되고 그 압력에 못 이겨 파시스트 정권은 그람시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가 결국 사면시키지만 형을 마친 지 3일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던 바로 그 날, 뇌출혈로 조용히 사망했다.


 왜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가


 그람시는 계급지배의 다차원적 속성을 분석 하는데 헤게모니의 개념을 사용했다. 그람시가 말하는 헤게모니는 피지배 계급의 자발적 동의를 통해서 자신의 지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헤게모니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도덕적,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지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헤게모니 그룹은 특정 정당 및 지식인 세력과 연합한 특정 자본가 세력이 주축이 되어 형성된다. 이를 제공해 주는 주요 공간으로 학교, 언론매체, 교회 등을 들 수 있다. 헤게모니 그룹의 이데올로기는 시대의 '상식'이 되며 이들 그룹의 이익은 '국가이익'으로 포장된다. 또한, 사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그룹이 국가의 권력마저 장악하게 되면 헤게모니는 더 이상 시민사회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즉 정치사회의 영역에까지 확장되어 자신의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강제적 수단 역시 확보하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만약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그룹이 경제 위기 등의 특정한 상황으로 일시적으로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게 된 그룹과 충돌하게 된다면 승자는 언제나 전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결이 중요하며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쉽게 대중적인 지지를 다시 끌어 모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람시가 꿈꾸었던 혁명은 정권 탈취 방식의 기동전을 통한 혁명이 아닌, 대중과 깊이 연계된 유기적 지식인이 진지전을 통해 서서히 대중의 상식을 바꾸고 세계관을 변화시켜 그들 스스로가 혁명 세력의 진정한 일원이되게 할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