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3. 21:25

담배 하나 드리지 못하는 야박한 나

 2도서관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눈이 수북이 쌓이고 찬바람이 부는 적막의 분위기에서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도서관에는 나밖에 없는지 알았는데 또 공부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하던 도중 그분은 문득 내 앞에 다가왔다. "죄송한데 담배 하나 빌릴 수 있을까요?" 나는 즉각적으로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면서 "이게 마지막 담배라서요"라고 말하며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다. 그분은 담담하게 알겠다고 하며 눈쌓인 길을 다시 묵묵히 걸어갔다. 그분이 걸어가시는 뒷모습을 보면서 뒤늦께 나는 후회를 했다. 그 분은 담배를 피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가지고 여기까지 오셨을텐데 그 많은 담배 다 숨기고 고작 하나도 못준 나의 야박한 인심에 대해 후회를 했다. 왜 그랬을까? 사실 내 과거 기억을 상기시켜 보면 그 분은 낯이 익은 분인 것 같았다. 예전에 중앙도서관 앞에서도 나에게 담배 하나 필 수 있는지 여쭈어 보셨던 분인 것 같았다. 과거의 안좋았던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 때는 아무에게나 담배를 달라고 하거나 돈을 달라고 하는 분들을 보면 좀처럼 그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나 미안한 표정없이 담담하게 혹은 당당하게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즉각적으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사실 그런 전례만 본다면 나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하기도 했다. 그 중 뚜렷이 떠오르는 기억은 동래역 앞에서 도道를 구하시는 분과의 만남이었다. 한 여성이 다가와 정말 간곡하게 외치는 그 말 한 마디,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한테도 덕이 있다는 말 많이 듣잖아요! 제발 한 마디만 듣고 가주세요. 부탁드려요." 그 간절한 부탁을 나는 외면하고 갔었다. 물론 그 때는 시간이 조금만 지체되도 산에 올라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 마음을 전달해드리지 못하고 무심하게 그분들 말을 흘려버린 것이 미안하게 느껴진다. 나는 德의 가치를 숭상하고 덕에 가까워 지기 위하는 마음을 내어보고자 하면서도 드러나는 행동에서는 덕과는 거리가 먼 판단의 늪, 자신의 늪, 이기심의 늪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실 담배라는 것도 엄밀히 말해 내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의 노동으로 인해 벌어드린 자본으로 담배를 샀다고 하여 그 담배가 나의 완전한 소유물인 것 마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까지 태연스럽게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은 욕심투성이다. 내 몸이라는 것도 내가 입고 있는 옷도 내가 살아가는 그 자체가 모두 자연에서 빌린 것들이거늘 왜 그것을 머리로만 알고 마음으로는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느낀 측은한 마음, 미안한 마음이 뒤늦께 밀려온다. 담배 한 개피씩 같이 물면서 이 추운 날씨에, 폭설이 내리는 이 야밤에 어떻게 학교에 오셨는지  여쭈어 보고 조심히 들어가시라는 안부의 말씀 전해드리지 못한 이 후회를 다시 반복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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