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1. 21:42

인도(人道)와 예도(藝道)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저로서는 옛 선비들이 누리던 그 유유한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입장도 못되며, 그렇다고 자기의 모든 것을 들린 듯 바칠 만큼 예술에 대한 집념이나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제 자신의 자세가 확립되지 못하고, 아직은 어떠한 애매한 가능성에 기댄 채 머뭇거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려 하기에 앞서, 붓을 잡는 자세를 성실히 함으로써 먼저 뜻과 품성을 닦는, 오히려 '먼 길'을 걸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뜻과 품성이 비로소 훌륭한 글씨와 그림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도(人道)는 예도(藝道)의 장엽(長葉)을 뻗는 심근(深根)인 것을, 예도는 인도의 대하로 향하는 시내인 것을, 그리하여 최고의 예술작품은 결국 '훌륭한 인간', 훌륭한 여가'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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