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불행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대의 삶이 타인에 대한 불평과 원망으로 가득할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그대의 존재가
이루지 못한 욕망의 진흙탕일 때
불면으로 잠 못 이루는 그대의 밤이
사랑의 그믐일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쓰디쓴 기억에서 벗어나
까닭 없는 기쁨이 속에서 샘솟을 때
불평과 원망이 마른 풀처럼 잠들었을 때
신발 끈을 매고 길 떠날 준비를 하라
생에 대한 온갖 바람이 바람인 듯 사라지고
욕망을 여읜 순결한 사랑이
아침노을처럼 곱게 피어오를 때
단 한 벌의 신발과 지팡이만 지니고도
새처럼 몸이 가벼울 때
맑은 하늘이 내리시는 상쾌한 기운이
그대의 온몸을 감쌀 때
그대의 길을 떠나라
―졸시, <상쾌해진 뒤에 길을 떠나라>
<한겨레 휴심정>, 고진하님 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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