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3. 22:23

사회변혁의 본질적 문제

어느 기자로부터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자본론』資本論과 『논어』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자가 매우 의아해했어요. 이 두 책이 너무 이질적인 책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두 책은 다 같이 사회 관계를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동질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급 관계는 생산관계이기 이전에 인간관계입니다. 자본 제도의 핵심은 위계적인 노동 분업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자에 대한 지배 체제가 자본 제도의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론은 물론 변혁 이론의 일환으로 제기된 것이지만 생산자에 대한 지배 권력이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에 의하여 행해지든, 사회주의 사회의 당 관료에 의해 행해지든 본질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제도의 핵심 개념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사실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간관계에 관한 담론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사회 변혁의 문제를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재편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정치 혁명 또는 경제 혁명이나 제도 혁명 같은 단기적이고 선형적線型的인 방법론을 반성하고 불가역적不可逆的 구조 변혁의 과제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 <강의>, [4. 논어 인간관계의 보고, 더불어 숲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