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미제(火水未濟)의 괘입니다. 효사는 이렇습니다. "끝나지 않았다. 어린 여유가 강물을 거의 다 건넜는데 그만 꼬리를 적시고 말았다", 꼬리를 적셨다는 것은 작은 실패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머리를 적신 것에 비해 작은 실수라 하겠습니다. 이 괘는 이로울 바가 없다, 끝내지 못한다. 이렇게 끝납니다. 처음 『주역』을 읽었을 때 이부분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나 역시 일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 작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 됐다고 방심하다가 실수하거나, 빨리 끝내려다가 실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성적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로는 일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내가 이 대목에서 꼬리 적시지?' 하며 조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이러한 독법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주역』은 세계에 대한 인식틀입니다. 윤리적인 교훈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다시 생각하면 세상에 완성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실제로 완성 괘는 이 미완성 괘 앞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완성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어떤 국면의 완성일 뿐 궁극적인 완성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고 세상의 변화도 그렇습니다. 작은 실수가 있는 어떤 국면이 끝나면 그 실수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그런 경로를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 완성과 미완성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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