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5. 19:01

불교 - 알기 쉬운 '오온'개념 풀이

 오온(五蘊)의 분류 방식은, 서구의 근대적 인식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고 분류하는 방식은 서구의 것이며, 인도어가 유럽의 언어와 같은 계열임을 고려할 때, 기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대 한국어는 산스크리트어와 가깝다. 적어도 한문보다는 그렇다. 이 말에 동의하실지 모르겠다. 고개를 갸우뚱거리실 분들이 많겠는데, 실례로 색수상행식을 ‘한문’ 옥편식으로 읽기보다, 영어 번역으로 읽는 것이 훨씬 선명하고 오해가 적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한문으로 수(受)라니? ‘받아들인다’는 동사인데, 이게 무슨 말이지? 상(想)은 ‘상상한다, 연상한다, 떠올린다’는 뜻이고… 행(行)은 ‘간다, 행동한다’인데, 이게 어떻게 심리적 용어가 될 수 있지? 옳지 식(識)은 좀 낫군… ‘의식’이겠으니… 넷 가운데 오해가 가장 적네… 이 곤혹 앞에서 옥편을 끌어안고 끙끙대는 대신, 영어책을 들추어보라. 거기 수(受=feeling 느낌), 상(想=perception 지각), 행(行=impulse, emotion 충동 혹은 정동), 식(識=consciousness 의식)이라고 적혀 있다. 시쳇말로 감이 팍팍 오지 않는가. 앞으로는 영어로 불교를 공부해야 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 한형조, 「대한불교진흥원」 칼럼 발췌.

2017. 9. 13. 22:23

사회변혁의 본질적 문제

어느 기자로부터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자본론』資本論과 『논어』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자가 매우 의아해했어요. 이 두 책이 너무 이질적인 책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두 책은 다 같이 사회 관계를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동질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급 관계는 생산관계이기 이전에 인간관계입니다. 자본 제도의 핵심은 위계적인 노동 분업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자에 대한 지배 체제가 자본 제도의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론은 물론 변혁 이론의 일환으로 제기된 것이지만 생산자에 대한 지배 권력이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에 의하여 행해지든, 사회주의 사회의 당 관료에 의해 행해지든 본질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제도의 핵심 개념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사실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간관계에 관한 담론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사회 변혁의 문제를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재편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정치 혁명 또는 경제 혁명이나 제도 혁명 같은 단기적이고 선형적線型的인 방법론을 반성하고 불가역적不可逆的 구조 변혁의 과제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 <강의>, [4. 논어 인간관계의 보고, 더불어 숲에서 발췌].


2017. 6. 19. 00:05

깨달음의 조건

인간은 이 선근이 커야 업을 태우는 불을 크게 일으킬 수 있어 이생에서 모든 업

을 완전히 불살라버리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생에서 완전한 깨달음

을 얻고자 하는 자는 세상을 모두 안을 수 있는 큰 사랑과 하늘이 무너져도 꺾이

지 않은 용기와 땅이 꺼져도 흔들리지 않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사랑과 용기와 양심이 없다면 그러한 근기를 얻을 때까지 더 많은 생을

돌면서 공덕을 쌓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 공덕이 완성되는 생에서 인간완성의 열

매인 해탈을 얻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이 수많은 생을 통해 공덕을 쌓은 것은 바

로 이러한 선근을 쌓아나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생에 나셔서 그동안 쌓인 큰 근본으로 마지막 남은 업을 불살라버리고

마침내 완전한 해탈을 얻으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욕심낼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러한 근본이 없음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과수나무도 비바람을 맞고 거

친 태양을 받으면서 자신을 키우면 때가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니 인간완성의 여정도 선업의 고리를 돌며 열심히 공덕을 쌓다보

면 깨달음을 얻고자 의지하지 않아도 저절로 해탈의 열매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은 달리 표현하면 선근을 키우는 과정이다. 모든 부처님이 공

통적으로 말씀하듯이 모든 좋은 일은 받들어 행하고 모든 나쁜 일은 경계하여 멀

리하면 그 근본이 커져 언젠가는 완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 거짓을 버

리고 진실해져야 한다. 진실해야 하는 이유는 마음에 모든 가식과 거짓과 어둠이

사라져 실상과 하나 되어야만 모든 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진실의 근원」 - 허해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