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1. 21:42

인도(人道)와 예도(藝道)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저로서는 옛 선비들이 누리던 그 유유한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입장도 못되며, 그렇다고 자기의 모든 것을 들린 듯 바칠 만큼 예술에 대한 집념이나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제 자신의 자세가 확립되지 못하고, 아직은 어떠한 애매한 가능성에 기댄 채 머뭇거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려 하기에 앞서, 붓을 잡는 자세를 성실히 함으로써 먼저 뜻과 품성을 닦는, 오히려 '먼 길'을 걸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뜻과 품성이 비로소 훌륭한 글씨와 그림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도(人道)는 예도(藝道)의 장엽(長葉)을 뻗는 심근(深根)인 것을, 예도는 인도의 대하로 향하는 시내인 것을, 그리하여 최고의 예술작품은 결국 '훌륭한 인간', 훌륭한 여가'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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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1. 02:15

천녀유혼 주제가사

인생, 기나긴 길과 같은 꿈
바람과 서리 얼굴에 잘 날 없네.
홍진 속에서 아름다운 꿈은 얼마나 많은 갈래가 있는지
어리석은 몽환 속의 사랑을 찾아가는데
길도 사람도 아득하기만 하구나.

인생은 꿈의 연장
꿈속에서 아련히 눈물 빛이 어른거니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내 마음 속의 길을 찾아가네
바람은 꿈속에서 아련히 소리치는데
길도 사람도 아득하기만 하구나

사람의 길, 쾌락을 찾는 소년들
그 기구한 길속에서도 햇살은 보이는 것
홍진 속에서 쾌락은 얼마나 많은 갈래가 있는지
한 줄기 한 줄기 꿈과 같은 비바람
길도 사람도 아득하기만 하구나

- 「천녀유혼」 주제가, 장국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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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사랑

 소유물이 아니라 타인을 사랑해야 공동체의 기초를 다질 수 있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사랑의 흔적이에요. 그런 사랑의 흔적이 아주 사적인 연애로 응축해 있다는 것을 고민해봐야 해요. 옛날에는 사랑이 굉장이 넓었거든요. 내 가족이나 내 애인의 경계를 넘어갔다고요. 《다중Multitude》이라는 책에서 네그리는 '왜 우정과 사랑이라는 것이 이렇게 협소하게 부르주아 남녀 관계속에 국한됐을까?'라고 물어요. 네그리가 꿈꾸는 '다중'은 곧 사랑의 공동체거든요.

-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강신주 · 지승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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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주님, 저 자신의 아픔과 슬픔은 하찮은 것에도 그리 민감하면서 다른 사람의 엄청난 아픔과 슬픔에는 안일한 방관자였음을 용서하소서

<교황님의 트위터, 이해인 수녀의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 묵상>, 교황프란치스코,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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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경(捷徑)과 행운

첩경와 행운에 연연해하지 않고
역경에서 오히려 정직하며,
기존과 권부에 몸 낮추지 않고,
진리와 사랑에 허심탄회한,
그리하여 스스로 선택한 우직함이야말로
인생의 무게를 육중하게 합니다.​



- 신영복,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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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6. 16:44

마음을 다스리는 법

 첫째, 경건한 마음을 잠시라도 놓아서는 안 된다. 즉 배움을 닦을 때나 사람을 대할 때는 물론 모든 일과 사물을 대할 때 항상 공경하고 겸손하며 삼가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일을 할 때는 하는 일에 집중하고, 쉬고 있을 때 생각이 일어나면 반드시 그 생각이 무엇인가 살피고 헤아린다. 만약 사악한 생각이면 과감하게 끊어버려서 털끝만 한 싹이라도 마음속에 남겨두지 않아야 하고, 선한 생각이고 마땅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면 그 이치를 탐구하고 또한 드러내 밝혀야 한다.

 셋째, 뜬구름과 같은 생각을 끊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끊어내고자 하는 마음 역시 뜬구름과 같은 생각일 뿐이다. 생각이 어지럽게 일어나면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려서 그것이 뜬구름과 같은 생각임을 알고 끌려가지 않도록 하면 저절로 점차 그치게 된다.

 넷째,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에 밤낮으로 힘쓰되, 절대로 빨리 그 효과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만약 힘을 얻지 못해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히거나 무료해질 때에는 반드시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 속을 깨끗이 해서 한 오라기의 잡념도 없게 한다. 그렇게 기상을 맑고 조화롭게 하는 일을 오래오래 익혀서 엉기고 안정되면 늘 자신의 마음이 우뚝 서 있어서 외물의 자극에 이끌리거나 얽매이지 않게 된다.

-『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 한정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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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는 이유가 없다 자신부터 반성하라

남이 나를 헐뜬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반드시 자기 몸을 돌이켜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남에게 비방의 소리를 들었을 때는 내게 그런 허물이 있으면 고칠 것이요, 허물이 없으면 더욱 허물이 없도록 노력하면 될 것이니 이는 모두 나에게 유익한 일이다. 만일 허물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를 떠들썩하게 변명하여 기어이 자신에겐 아무런 허물이 없다고 말하려 든다면 그 허물은 더욱 무거워지고 남에게 오히려 더 심한 비방을 듣게 될 것이다. 옛날에 문중자文中子는 "자기 몸을 스스로 닦는 것이 제일이고 만일 비방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말해달라 청하되 변명하지 말 일이다."라고 했다. 과연 배우는 자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법이라 하겠다. 『격몽요결』<접인接人>

-『율곡, 사람의 길을 답하다』, 한정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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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7. 16:42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방법

예(禮)가 아니라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 예는 과장하자면 허리를 굽히는 각도, 예식장의 폐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극기복례란 요컨대 바깥의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고, 내적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사물이 요구하는 바 위에 서 있기 위한 훈련이다. 1) ‘볼 때’ 조심해야 한다. “앞에서 춤추는 사물들에게 혼을 빼주기 쉬우니(蔽交於前, 其中則遷).” 2) ‘들을 때’ 조심해야 한다. “귀가 얇아 유혹에 빠지면 바른 길을 놓칠 것이니(知誘物化, 遂亡其正)” 3) ‘말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 “허덕대는 소리, 자기도 모르는 소리를 그쳐야 마음이 고요하고 안정될 것이기에(發禁躁妄, 內斯靜專).” 그리고 4) 사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면’ 위태로우니, 다만 사물이 보여주는 길을 그저 따라갈 뿐.(順理則裕, 從欲惟危). - 《논어집주》

한형조, “공부란 자신의 편향을 알고 부족함을 채워가는 작업”, <중앙선데이>, 2010.09.12


2016. 2. 16. 17:59

‘선악을 넘어서’

무문관의 스물세번째 화두 ‘선악을 넘어서’에서 혜능 스님은 깨달음을 묻는 상좌에게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바로 그러한 때 어떤 것이 너의 원래 맨얼굴인가?”고 물었다. 외적인 권위에 의해 주어진 선악 관념이 심판관처럼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 자신의 삶의 차원에서 좋음과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우리의 맨얼굴은 가려지게 된다. 선악을 넘어서 좋음과 나쁨을 판단하는 맨얼굴을 회복한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삶의 주인공이며, 이런 사람을 니체는 초인이라고, 혜능은 부처라고 불렀다고 강신주는 말한다.

-  강신주 천상천하 유아독존” 삶의 주인공이 되라,  경향신문,  2014.06.29.